창작의 원점
제 창작의 원점은 과거 남편의 일로 유럽에 머물렀던 나날에 있습니다.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와 대영박물관, 파리의 루브르, 오르세, 오랑주리……. 수많은 미술관에서 서양 미술의 정수를 접하며 저는 한 가지 확신에 이르렀습니다. “이 명화들은 유럽의 풍토와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. 그렇다면 일본인인 나는, 내 나라의 풍토와 역사에 뿌리내린 표현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.” 그 간절한 마음이 저를 수묵화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.
제가 추구하는 「Sumiiro」란 단순히 색채가 풍부하다는 뜻이 아닙니다. 붓에 담은 마음이 보는 이의 마음에 올곧게 전해지는 것, 그 마음의 공명이야말로 제가 「iro」라 부르는 것입니다.
제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한 폭의 그림에서 꽃향기가 피어오르고, 물의 속삭임과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, 일본 자연의 섬세한 숨결입니다. 그 표현의 근간에는 ‘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점과 선을 기본으로 삼는 것’이 자리합니다. 머리로 이해하고 온전히 소화한 대상을 저만의 표현으로 승화시켜, 새하얀 종이 위에 그 마음을 단숨에 쏟아내는 것입니다.
망설임 없는 단 한 번의 붓질로 본질을 담아내기 위해, 저는 모든 잡념을 비워낸 ‘경지’에 드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깁니다. 마음에 티끌만 한 망설임이라도 깃들면, 이내 선으로 드러나고 말기 때문입니다.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를 머릿속 깊이 각인시켜 마음과 몸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, 손과 머리가 이어지며 의식을 넘어선 붓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.
그 수련의 끝에, 제가 그리는 이상의 경지가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.








